012. 더에듀칼럼 [홍제남의 진짜교육] AIDT가 교육격차 해소? ‘나머지 공부’가 나은 이유(2025.1.30)

AIDT는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디지털기기의 활용은 학습자의 자기주도성과 행위주체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 시기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 3회차 글:   AIDT가 교육격차 해소? ‘나머지 공부’가 나은 이유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5224)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AIDT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사진=KBS 뉴스 캡처)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AIDT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사진=KBS 뉴스 캡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결국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 교육자료 규정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AIDT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우리 학생들의 교육과 미래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우려되며,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AIDT가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명확한 근거도 없이 주장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긴 시간 학교교육을 실천해 온 사람으로서 학교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교육격차는 단순히 지적능력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가정적·사회적 문제까지 연관된 매우 복잡한 문제로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AIDT를 밀어붙이는 모습은 과학기술학자 Sheila Jasanoff(2016)가 말한 “기술자체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 ‘그’ 기술에 ‘어떤’ 상상을 하느냐가 사회를 ‘실제’로 바꾼다”는 설명1)과 부합하는 장면이다.

 

정부는 근거 없는 ‘상상으로’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학교와 학생들을 기술의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다.


 교사로 오랜 시간 학생들과 생활하며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희망과 달리 지적능력이 충분한데도 학업성취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 수 만큼이나 다양했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각각의 학생들의 상황에 맞는 개별 맞춤형 교육방법을 찾아 지원해야 한다. 교육적 근거도 시범사업도 없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밀어붙여선 안 될 일이다.

 

현재 개발된 AIDT의 질을 논외로 하더라도 디지털기기 활용 교육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는 학생들의 학습의지와 행위주체성이 높아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 이미지=픽사베이.


 

본인은 코로나19 시기 3년을 오류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했다. 2020년 1학기는 코로나 유행으로 말할 수 없는 혼란과 어려움이 컸다. 오류중학교는 2019년 9월부터 미래학교운영을 시작해서 디지털기반 학습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시점이라, 그나마 다른 학교에 비해 원격수업을 신속하게 잘 안착시킬 수 있었다. 교사들은 모든 원격수업자료를 다양하게 직접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얼굴이 나오는 영상에 흥미를 느끼며 접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은 거의 공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년별 순환 등교로 3주 만에 등교한 학생들은 전혀 학습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교사들이 정성껏 만들어 올려준 수업자료는 틀어놓은 상태로 듣는 것처럼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부 자기주도성이 높은 학생들의 모습은 달랐다. 오히려 더 좋아했고 학업성취도 또한 높았다. 이로 인해 코로나 시기 학생들의 학습격차는 매우 심각해졌다.

 

이런 학생들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교사들은 수업자료를 직접 만드는 일에 큰 에너지를 쏟는 것이 ‘자기만족적’인 위안일 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점차 깨달으며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대면 기회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런 교육적 고민들이 모여 2020년 2학기에는 실시간 원격수업을 시도하였고 더불어 2부제로 짧게라도 대면할 수 있도록 전면등교를 추진했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코로나 2년차인 2021년 3월부터 오류중학교는 전면등교를 실시했다.

 

본인은 평소 학교교육에서 디지털기기의 활용을 적극 지원해 왔다. 학생들에게 ‘디지털문해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미래학교를 신청해 운영하며 활용 성과가 매우 크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기기를 수업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교과서로 도입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디지털기술에 대한 문해력은 이미 정보교과수업이나 다른 방식으로 학교현장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AIDT 논쟁 중‘개별 맞춤형 교육’ 필요성에 대한 시각과 접근은 디지털교과서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주정흔(2024)은 서울시교육청의 AI기반 교육 관련 실행연구(2021)와 ‘AI튜터 마중물학교’ 사례연구(2022) 결과를 종합하며, AI활용 교육이 미래의 대안적 교육의 가능성에서 신중해야 하는 현실을 드러냈다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진단하였다.

 

“현재의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AI 활용교육’에서 담지하고 있는 학습은 디지털의 가능성을 내포하기보다, 인지적 영역에서의 ‘학습보충’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민간기업의 상업적인 AI 학습 플랫폼 활용 교육은 디지털의 외피를 입었을 뿐 그 내용과 형식은 특정 정보나 지식을 ‘설명’하거나 ‘지시적(order)’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2)

 

어린 시절 국민학교3)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나머지공부’는 세월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나는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고마운 일이다. 강원도 산골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역할을 매우 컸다. 담임선생님은 수학공부가 부족한 학생들을 남겨 ‘나머지공부’를 시키셨다. 정규수업 후 꽤 많은 학생을 남겨 수학을 가르쳤다. 그 결과인지 본인을 비롯하여 학생들의 수학성적이 많이 높아졌다. 아버지는 이 일로 당시 담임선생님에게 두고두고 고마워하셨다.

 

학생들의 ‘교육격차’를 진심으로 염려한다면 교육당국은 교육격차가 시작되는 저학년 때부터 1교실 2교사제, ‘보조교사’ 제도 등을 도입해 학생들을 직접적이고 전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 때의 경험, 학생들의 행위주체성이나 자기주도 역량의 차이는 AI디지털 교과서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격차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AIDT를 교사가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일단 구입하라는 태도이다. 이것은 AIDT 도입이 교육논리가 아닌 민간기업의 이윤보장이 중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책임 있는 자세로 교육적 논리를 우선으로 대응하여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여야 한다.4)

 

1) Sheila Jasanoff(2016). 김명진 역(2022). 테크놀로지의 정치:유전자조작에서 디지털 프라이버시까지. 창비. 주석 2)의 주정흔(2024)에서 재인용

2) 주정흔(2024). 인공지능 기반 개별 맞춤형 교육의 현실과 과제.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토론회 자료집

3) 저자가 다니던 시절에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 수학을 ‘산수’라고 지칭했다.

4) 'AI교과서 미희망교는 신청 말라'...인천교육청 공문 눈길.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