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학교문화' 조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드디어 봄다운 봄, 행복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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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칼럼 8회차(4.10)>
"1, 3학년 교실 층을 바꾸다"...앎과 삶이 일치하는 학교문화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
12.3 계엄선포 후 4개월 만에 시민들은 마음이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필자도 모처럼 인근 산을 즐겁게 등산했는데 오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이제야 봄꽃이 제대로 보인다는 여러 사람의 말들이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지켜낸 것은 깨어있는 민주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12.3 계엄사태를 통해 우리는 민주국가의 근간인 헌법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계엄사태가 위헌인지 여부가 탄핵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인 선고 요지에서 헌재는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고 판결했다.
이번 계엄사태를 계기로 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많은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경쟁적 교육시스템이 문제라는 구조적 주장부터 민주시민교육을 교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의견까지 다양하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민주적인 습관을 몸에 익히고 그것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인식과 태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헌법과 민주시민교육을 별도 교과로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헌법 원리에 맞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연습하면서 사회의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곳으로 학생들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을 되돌아볼 때 떠오르는 인상적인 기억은, 교과수업 장면보다는 학교 풍토나 선생님이나 친구와의 관계 문제가 더 많을 것이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함께 선생님에 대한 기억도 수업 기술보다는 학생들에 대한 태도가 더 크게 남아있다.
이런 점에서 잠재적 교육과정은 형식적 교육과정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학교문화나 여러 세부적인 생활규칙들이 학생들의 성장과 삶의 태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시시때때로 여러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할 판단기준은 잠재적 교육과정으로서 앎과 삶이 일치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과수업시간에 정의와 평등, 다양성이 공존하는 삶,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아무리 가르치고 강조해도 잠재적 교육과정인 실제 학교생활 경험이 배운 지식과 반대라면 학생들은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교과서를 통한 지식과 삶에서 배우는 지식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삶의 지식’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오류중학교 교장이던 2022년에 있었던 일이다. 스승의 날 즈음에 졸업생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찾아왔다. 1학년 교실인 2층 복도를 지나며 대화를 하던 중에 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하는 말에 필자 또한 깜짝 놀랐다.
“어? 1학년 교실이 여기로 바뀌었네요? 이거 3학년의 ‘특권’이었는데요!”
“맞아. 맞아”
그해부터 4층에 있던 1학년 교실과 2층에 있던 3학년 교실을 서로 바꿔서 쓰던 상태였다.
교실을 바꾼 이유는 이전 해에 1학년들이 4층 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에 서로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1학년 교실을 4층에 둔 이유는 저학년을 고학년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였으리라. 그러나 실제는 짧은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3학년 선배들이 앉아있는 계단을 지나 내려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4층에 ‘갇혀있게’ 된 꼴이었다.
결국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해서 여러 차례 1학년 학급회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년 말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의 교사회의와 학생회 회의를 거쳐 교실을 바꾸기로 하였다. 활동성이 크고 아직 체구가 작은 1학년이 저층을 쓰는 것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옳다는 판단이었다.
어차피 3년 중에 한번은 저층에서 공부하는 ‘특권’을 누리게 될 테니 굳이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때 그 권리를 언제 누가 어떻게 누릴지에 따라 잠재적 교육과정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학년이 누리면 사회적 강자의 ‘특권’이 될 테고 1학년이 가지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어차피 한 번은 누리게 될 권리라면 사회적 약자부터 배려하는 것이 헌법 원리에 맞는 공정을 넘어서는 정의 실현이 아닐까.
1,3학년 교실 배치를 바꿀 때 고심이 컸던 사항 중 하나는 곧 3학년이 될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여태까지 참아왔고 이제야 ‘특권’을 누릴 기회가 되었는데 하필 자신들부터 그 특권을 누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 학생들과 간담회 과정에서 누군가 한번은 희생적으로 양보해야 좋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데, 여러분부터 시작한다면 1학년 후배들이 양보해 준 선배들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하며 좋은 선배로 존중할 거라 이야기하였다. 학생들도 이해하며 동의하였다. 아마 후배들에게 특권을 양보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낸 자신들을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게 여겼을 것이다.
학교는 교실 배치뿐 아니라 학교 급식 배식 순서, 운동장 사용 등의 여러 학교생활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고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한다. 나중에 너도 대접받을 테니까 지금은 억울하지만 참고 견디라는 자세는 정의를 지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강자가 우선인 권위적인 문화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될 것이다. 교과수업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은 민주시민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장안에 화제인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면 남녀 두 주인공의 학교생활이 여러 장면 나온다. 국민학교 반장 선거 때도, 관식과 함께 가출 후 징계를 받을 때도 가난한 여학생 애순이는 여러 차별을 경험한다.
기특하고 다행스럽게 드라마 속 애순이는 그런 차별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도전적인 삶을 개척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애순이는 그리 많지 않은 이상적인 모습일 거다. 아마 그래서 어려움 속에서도 이상적인 삶을 성취해 가는 애순이가 주인공인 이 드라마가 더 주목받는 것은 아닐지?
민주시민교육은 '앎과 삶이 일치하는 학교문화' 조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드디어 봄다운 봄, 행복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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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칼럼 8회차(4.10)>
"1, 3학년 교실 층을 바꾸다"...앎과 삶이 일치하는 학교문화
2025년 4월 4일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
12.3 계엄선포 후 4개월 만에 시민들은 마음이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필자도 모처럼 인근 산을 즐겁게 등산했는데 오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이제야 봄꽃이 제대로 보인다는 여러 사람의 말들이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지켜낸 것은 깨어있는 민주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12.3 계엄사태를 통해 우리는 민주국가의 근간인 헌법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계엄사태가 위헌인지 여부가 탄핵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인 선고 요지에서 헌재는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고 판결했다.
이번 계엄사태를 계기로 시민교육의 필요성에 많은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경쟁적 교육시스템이 문제라는 구조적 주장부터 민주시민교육을 교과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의견까지 다양하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민주적인 습관을 몸에 익히고 그것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인식과 태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헌법과 민주시민교육을 별도 교과로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헌법 원리에 맞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연습하면서 사회의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곳으로 학생들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을 되돌아볼 때 떠오르는 인상적인 기억은, 교과수업 장면보다는 학교 풍토나 선생님이나 친구와의 관계 문제가 더 많을 것이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함께 선생님에 대한 기억도 수업 기술보다는 학생들에 대한 태도가 더 크게 남아있다.
이런 점에서 잠재적 교육과정은 형식적 교육과정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학교문화나 여러 세부적인 생활규칙들이 학생들의 성장과 삶의 태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시시때때로 여러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할 판단기준은 잠재적 교육과정으로서 앎과 삶이 일치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과수업시간에 정의와 평등, 다양성이 공존하는 삶,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아무리 가르치고 강조해도 잠재적 교육과정인 실제 학교생활 경험이 배운 지식과 반대라면 학생들은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교과서를 통한 지식과 삶에서 배우는 지식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삶의 지식’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오류중학교 교장이던 2022년에 있었던 일이다. 스승의 날 즈음에 졸업생인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찾아왔다. 1학년 교실인 2층 복도를 지나며 대화를 하던 중에 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하는 말에 필자 또한 깜짝 놀랐다.
“어? 1학년 교실이 여기로 바뀌었네요? 이거 3학년의 ‘특권’이었는데요!”
“맞아. 맞아”
그해부터 4층에 있던 1학년 교실과 2층에 있던 3학년 교실을 서로 바꿔서 쓰던 상태였다.
교실을 바꾼 이유는 이전 해에 1학년들이 4층 생활을 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에 서로가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1학년 교실을 4층에 둔 이유는 저학년을 고학년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였으리라. 그러나 실제는 짧은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 3학년 선배들이 앉아있는 계단을 지나 내려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4층에 ‘갇혀있게’ 된 꼴이었다.
결국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해서 여러 차례 1학년 학급회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년 말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여러 차례의 교사회의와 학생회 회의를 거쳐 교실을 바꾸기로 하였다. 활동성이 크고 아직 체구가 작은 1학년이 저층을 쓰는 것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도 옳다는 판단이었다.
어차피 3년 중에 한번은 저층에서 공부하는 ‘특권’을 누리게 될 테니 굳이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때 그 권리를 언제 누가 어떻게 누릴지에 따라 잠재적 교육과정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학년이 누리면 사회적 강자의 ‘특권’이 될 테고 1학년이 가지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어차피 한 번은 누리게 될 권리라면 사회적 약자부터 배려하는 것이 헌법 원리에 맞는 공정을 넘어서는 정의 실현이 아닐까.
1,3학년 교실 배치를 바꿀 때 고심이 컸던 사항 중 하나는 곧 3학년이 될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여태까지 참아왔고 이제야 ‘특권’을 누릴 기회가 되었는데 하필 자신들부터 그 특권을 누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 학생들과 간담회 과정에서 누군가 한번은 희생적으로 양보해야 좋은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데, 여러분부터 시작한다면 1학년 후배들이 양보해 준 선배들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하며 좋은 선배로 존중할 거라 이야기하였다. 학생들도 이해하며 동의하였다. 아마 후배들에게 특권을 양보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낸 자신들을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게 여겼을 것이다.
학교는 교실 배치뿐 아니라 학교 급식 배식 순서, 운동장 사용 등의 여러 학교생활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고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한다. 나중에 너도 대접받을 테니까 지금은 억울하지만 참고 견디라는 자세는 정의를 지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강자가 우선인 권위적인 문화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될 것이다. 교과수업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일은 민주시민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장안에 화제인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면 남녀 두 주인공의 학교생활이 여러 장면 나온다. 국민학교 반장 선거 때도, 관식과 함께 가출 후 징계를 받을 때도 가난한 여학생 애순이는 여러 차별을 경험한다.
기특하고 다행스럽게 드라마 속 애순이는 그런 차별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도전적인 삶을 개척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애순이는 그리 많지 않은 이상적인 모습일 거다. 아마 그래서 어려움 속에서도 이상적인 삶을 성취해 가는 애순이가 주인공인 이 드라마가 더 주목받는 것은 아닐지?